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303.9원)보다 8.2원 상승한 1312.1원을 나타내고 있다./뉴스1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2원 오른 1312.1원으로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다. 장중에는 131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최근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지난 5일 이후 하루(7일·1299.8원)를 제외하고 일주일째 1300원이 넘는 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이날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0.4% 하락했다.원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한국 경제에 환율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수출할 때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유리하지만, 수입할 때는 들여오는 물품 가격이 올라 불리하게 된다. 올해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에 원화 가치 하락으로 막대한 에너지 수입 비용을 쓰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상반기 무역 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쌓인 무역 적자는 159억달러(약 20조8600억원)에 달한다. 환율 상승이 주는 이점보다 불리한 점이 훨씬 크게 작용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올해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추이◇달러 점점 강해져 환율 더 오를 듯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면 환율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이 다시 봉쇄령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러시아의 위협으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유로화 가치가 낮아진 것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고 했다.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제권이 여전히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도 달러 강세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이날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치까지 주저앉았다. 통상 1유로당 1.2달러 정도로 유지됐지만 달러 강세로 이날 장중 1유로당 1.002달러의 환율을 기록했다. 유로화와 달러화의 가치가 1대1에 근접했다.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달러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험 회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선까지는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외환 보유액 감소 추세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환율 방어의 ‘방파제’ 역할을 해줘야 할 외환보유액은 올 들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달러(약 576조원)로 한 달 새 94억3000만달러가 줄었다. 한 달 감소 폭으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외환보유액이 급감한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달러 강세로 유로화 등으로 구성된 외화 자산의 달러 환산 가치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도 있다.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를 시장에 풀면서 외환보유액 일부가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 줄어든 외환보유액은 249억달러(약 32조7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수준에 못 미친다. IMF는 유동 외채의 30%, 외국인 투자금의 15%, 시중 통화량의 5% 등을 합한 액수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로 본다.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이 같은 IMF 적정선의 99% 수준이다.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 관계자는 “IMF는 권고치를 보수적으로 높게 잡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세계 9위이고, 외부 충격을 방어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