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수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배터리·반도체 중요도 커지며EU·英도 이곳서 경제외교 확대中 인력에는 비자심사 강화추세그만큼 韓기업에 기회 열린 셈삼성·SK 등과 경제협의체 구성韓 우수인력 영역확대 지원사격K영화·음식 활용도 좋은 방법문화원 만들어 네크워크 넓혀야



윤상수 주샌프란시스코 대한민국 영사관 총영사가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 내에서의 실리콘밸리의 의미와 한국의 진출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파이낸셜뉴스 샌프란시스코(미국)=홍창기 특파원】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격상시켜 나가자는 비전에 합의했다. 그 비전을 현실화시킬 곳이 여기 실리콘밸리다."주샌프란시스코 대한민국총영사관 윤상수 총영사는 실리콘밸리가 단순한 첨단기술 클러스터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이 국익을 키우는 핵심지역이자 테크 생태계가 진화하는 곳,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국가들이 그 테크 생태계의 주류가 되려고 하는 곳이라고 분석했다.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뉴스는 실리콘밸리 지역을 관할하는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윤 총영사를 만나 실리콘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봤다.■美 전략적 요충지 실리콘밸리윤 총영사는 "실리콘밸리가 미국의 주요 테크기업이 모여 있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안정적 공급망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이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차세대산업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 다변화 핵심 지역이 실리콘밸리라는 것이다. 그는 "이 곳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주요 과학기술 연구소가 위치해 있다"면서 "한 마디로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미국 한공우주국(NASA)를 비롯해 공군과 다양한 미국의 국책연구소들이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서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실리콘밸리가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임을 파악한 유럽국가들은 이 곳에서 최근에 두드러진 경제 외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윤 총영사의 설명이다. 최근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실리콘밸리에 혁신센터를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영국과 덴마크 등은 기술대사(Tech Ambassador) 직위를 신설했다. 그동안 기술인력 중심으로 활발했던 중국의 활동은 위축됐다. 미중 갈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미·중 갈등' 한국기업에 기회미·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미국은 중국의 기술인력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물론 대놓고는 아니다. 미국은 학생 등 중국 과학인력에 대한 비자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중국 인력과의 협력 프로그램은 소외됐다. 한국 우수 인재들이 이곳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윤 총영사는 "우리 과학기술 인재들과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 기회가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국책 연구기관들은 전 세계 과학기술 인력들을 불러 모아 10~20년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미국의 경제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미중 갈등의 틈을 타 한국의 인재들이 이곳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할 수 있는 파이가 늘어난 셈이다.국익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는 커졌다. 윤 총영사는 "우리 기술인력들이 미국 핵심 연구소와 인적교류를 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프로젝트를 더 늘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런 프로그램을 늘릴 수 있도록 이곳에 진출한 코트라 등 유관기관과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의 대기업과 '한-북가주 민관합동 경제협의체'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한북가주 민관합동 경제협의체'에 대해 우리 기업의 활동을 돕는 역할이다고 했다.■한국 존재감 더 드러내야윤 총영사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기업 투자와 한국인력에 대한 관심이 꽤 있다"며 실리콘밸리 문화원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K영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고 호응도 크다"고 말했다.실리콘밸리와 한국 문화가 연관이 전혀 없을 것 같지만 K문화는 남다른 매력이 있다. 실리콘밸리의 세계적인 테크기업들에 한국의 기업과 한국의 우수 인력을 알릴 수 있는 네크워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윤 총영사의 설명이다.그는 "이 곳에 넷플릭스를 비롯해 픽사, 메타(페이스북) 등의 SNS 기업들도 많이 있다. 실리콘밸리 특화 문화원이 있으면 세계적인 테크기업과 손잡고, K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K문화를 통해 한국의 우수 인력과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실리콘밸리 네트위킹에 녹아들 수 있다는 논리다.그는 "실리콘밸리 문화원의 설치를 통해 한국 문화행사 등의 행사로 한국기업과 한국 기술인력 등 한국계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했다.■기술혁신에 한국인 더많은 도전을윤 총영사는 "실리콘밸리는 초기에 미국 국방부와 NASA 등 정부기관에서 발주하는 첨단 과학기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민간기업들이 이곳의 과학기술 인력들을 흡수해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시작하면서 탄생했다"고 소개했다.여기에 신생 테크기업의 잠재성을 알아본 투자자들의 자금과 스탠포드대학, UC버클리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의 인재들이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탄생을 뒷받침했다. 벤처투자자들의 모험적인 초기 투자로 자본조달이 되고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고, 수익이 나오는 시점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하는 패턴이었다.윤 총영사는 "오늘날의 실리콘밸리 기술혁신은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자동차 자율주행과 메타버스 등을 통한 가상현실 구현 등이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총영사는 "실리콘밸리 생태계는 기술력 있는 우리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 인력들이 언어적인 장벽과 네트워킹의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이곳에 진출한 정부 유관기관들이 이를 보완해주면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기업과 인력들이 더 많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윤상수 총영사는 행정고시 출신(32회)으로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에 근무하다가 지난 1998년 외교통상부로 옮겼다. 전입 이후 경제협력과장을 비롯해 통상기획홍보관, 통상법무관 등 경제통상 외교분야에서 주로 근무했다. 이후 주 말레이시아 공사와 주시드니 총영사, 인천광역시 국제관계대사를 거쳐 지난 2020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 부임했다.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법 법학석사(LL.M)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