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권리 안내할수록 수용률 줄어드는 구조금리 깎아주면 '착한 금융사' 이미지, 마케팅 악용될수도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2022.8.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이 오는 30일부터 비교 공시된다. 이번 공시는 금융사의 미미한 제도 운용 관행을 고치고 금리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순위를 따지기가 모호한 '수용률'로 경쟁을 부추기는 건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30일부터 업권별 협회·중앙회 홈페이지를 통해 올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을 공개한다. 항목은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 수용건수, 수용률(신청건수 대비 수용건수)과 이자 감면액 등 4가지로, 이후 반년 주기로 수치가 공시된다.한 금융협회 관계자는 "공시 계획에 따라 30일 오후 공개를 목표로 준비하는 상황으로 공시 내용은 정해졌으나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현재로선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가 재산 증가, 개인신용평점 상승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됐을 때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2019년 각 업권별 법률개정으로 권리가 법제화했지만, 낮은 소비자 인식과 수용률에 금융당국이 금융사가 더 책임감을 느끼도록 운영 실적 공개 등 보완방안을 마련했다.금융사들은 이런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순위를 의식케 하는 공시 구조에는 불만이다. 지난 22일 은행 예대금리차 첫 공시 때만 보더라도, 신한은행은 주요 은행 중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가 가장 큰 곳으로 지적된지 3일 만에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p) 인하했다. 국민·농협은행도 일부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낮추는 등 은행들 사이에 공시 이후 예대금리차를 최소화하는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금리인하요구권도 금융사의 낮은 수용률이 지적되는 만큼 금융사들은 해당 지표를 둘러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문제는 수용률은 줄 세우기를 하기가 적절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이 결정권을 쥔 금리와 달리 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가 자신의 신용 상태 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어서다. 수용률이 높을수록 '착한 금융사'라는 인식도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예컨대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 접수건수는 약 54만건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시중은행 총접수 건수보다 많다. 반면 수용률은 카카오뱅크가 25.7%로 가장 낮다. 시중은행 중 수용률이 가장 높은 농협은행(95.6%·6165건 접수)의 4분의1 수준이다.저축은행·카드사 등 고금리 대출이 많은 2금융권에서는 악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지난 3월 이후 카드사들은 공지사항 등을 통해 은행보다 더 적극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하고 있다. 이는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은행보다 더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첫 대출 때 금리를 깎을 수 있는 여지를 둔 뒤, 후에 차주에게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알려 수익과 평판을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금융을 찾는 금융소비자는 금리보다는 일단 빌릴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둔다"며 "향후 이자를 깎아준다 점을 강조해 부실 우려가 큰 차주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