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온스당 1687.50달러…2년전보다 20% 하락전문가들 "美, 3회 연속 0.75%P 인상할 것" 우세한미금리 1%P이상 벌어지면 환율급등 자극 우려



미국의 가파른 긴축 기조로 증시 부진에도 금값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세계경제가 불안정할때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어김없이 강세를 보여왔다. 그런데 최근 국제 금 가격은 6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맥을 못추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덩달아 미 국채 금리도 상승, 글로벌 유동성이 금 대신 미 국채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또다시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이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안전자산 금의 배신= 1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근월물 국제 금값은 4월 이후 지금까지 14% 떨어지면서 월간 기준 6개월 연속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2018년 9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다. 금값은 한국시간 20일 오전 9시 20분 현재 트로이온스당 1687.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던 2020년 8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보다 20% 가까이 빠진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초 기록한 올해 최고가 2069.40달러보다는 8.2% 떨어진 것으로, 2015년 이후 연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금은 통상 안전자산으로 꼽혀 주식 같은 위험자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3월 이후 증시 하락장에도 금값이 1650∼1800달러 사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WSJ은 지적했다. 주가 하락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금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수익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국채 등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분석이다.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0.06%포인트(p) 이상 오른 연 3.518%까지 뛰었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연 3.5%선을 넘어선 건 지난 2011년 4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오전 한때 0.09%p 이상 오른 연 3.96%까지 치솟았다.달러화의 초강세도 금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 19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0선까지 고점을 높였다. 올들어서만 14% 넘게 올랐다. WSJ는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는 달러인덱스가 추산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대폭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며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강세"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달러 가치가 20년여 만에 최고치로 오르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금 매수 비용이 증가한 것이 금 수요 부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는 금값이 4분기에도 하락, 평균 1650달러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연준이 내년 초 금리 인상 속도를 줄여야 금값이 반등할 것이라면서 내년 말에는 금값이 1820달러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9월 FOMC, 금리 얼마나 올릴까?= 9월 FOMC에선 예상보다 강력한 물가를 잡기 위해 다시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다시 빚어지고, 금리 격차가 연내 1%포인트 이상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0.75%p(자이언트 스텝)를 올릴 것인지 아니면 1%p(울트라 스텝)를 올릴 것인지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부분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이번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할 가능성이 84%, 1%p 인상할 가능성이 16%라고 전망했다.ING는 "연준이 1%p인상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낮아진 것과 불확실한 경제 전망을 고려할 때 0.75%p 인상 쪽으로 기울 것"으로 예상했다.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살펴 봐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한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을 제외한 다수의 위원들이 공격적인 긴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달초부터 0.75%p 인상을 주장했다. .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지난 13일 이후9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 중 0.5%p 의견은 거의 소멸됐다. 대신 1%p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일본계 노무라는 당초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0.75%p 인상할 것이라던 전망을 수정해 1%p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한다. 보통 우리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지만, 연준이 올해 강한 통화 긴축 정책을 펴면서 두 국가의 기준금리는 7월 말부터 한 달가량 역전된 바 있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현재 한국(연 2.50%)과 미국(연 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은 수준이지만, 미국이 이번에 금리를 0.75%p 올리면 한·미 금리는 또 다시 0.75%p 역전된다.연준이 올해 남은 11월 회의와 12월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려 연말 금리가 연 4.25~4.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행이 남은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연달아 0.25%p 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연말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00%에 그친다. 금리 역전은 환율 급등을 더 자극하고 자본유출로 이어질 경우 환율이 다시 뛰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물가는 상당기간 고공행진할 수도 있다.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수준과 함께 이번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놓을 발언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연준의 정책 경로와 시장에 대한 시선 등이 그의 입을 통해 흘러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파월이 매파적 발언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금리 전략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월 의장은 비둘기파적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서 "그는 물가 안정을 위해 뭐든 하겠다는 사람처럼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희·문혜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