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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한림원 유욱준 원장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유욱준: 네. 안녕하세요.◇ 박대일: 지금 임기를 시작하신 지 한 달쯤 되셨어요. 그런데 지금 소회는 어떠십니까?◆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이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과학자들의 최고의 명예직입니다. 우리나라는 정회원 500명, 각계 최고 과학기술 업적을 내신 500명 정회원들의 선거를 통해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이 선출되고 있습니다. 원장의 임기는 3년인데 제가 한림원장 제10기여서 제 임기 동안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설립 30주년 행사를 하게 되어 정말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대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방송이나 신문 기사 상에 자주 등장하는 단체는 아니에요. 그래서 시청자분들께서 좀 낯설게 느껴지실 것 같은데 먼저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994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각계에서 정말로 세계적인 연구를 내신 분이 회원이 되는 곳인데 회원이 되기가 참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들 하죠. 그래도 이분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기술자들이고 이분들로 하여금 또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과학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고 청소년들이 과학을 더 좋아하게 만들고 또 우수한 과학자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사명을 갖고 있는 기관입니다. ◇ 박진아: 최근 글로벌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패권 경쟁의 핵심 역시 과학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학기술이 중요하게 부상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 유욱준: 우리 인류 역사상 항상 과학기술이 세계를 주도했습니다. 우리 식량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녹색 혁명도 과학적 업적에 의해서 된 거고요. 옛날에도 전쟁할 때 보면 말에게 바퀴를 달아서 걸어주니까 지배했고 말을 올라탄 나라가 지배했고 어느 순간에서는 항상 과학기술이 앞선 나라가 전 세계를 지배했고 경제적으로 부흥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성장을 했는데 그 저변에는 다 과학기술의 기반이 깔려있는 것입니다. ◇ 박대일: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이렇게 발전했는데도 아직 노벨상이 나오지 않은 것은 좀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문제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을까요?◆ 유욱준: 지난 50년간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에 진입하지 않았어요, 경제적으로? 대단한 일이죠. 그런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모든 연구 개발, 과학자들을 도와주는 정부의 일들이 다 급속했습니다. 연구비를 주더라도 1년 내로 결과물을 내야 하고 압박이 많았죠. 더 빨리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고 봅니다. 그 희생물로 순수 과학, 창의적인 과학은 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전 세계에서 최초로 발견하는 어떠한 일들, 다시 말하면 노벨상에 이르는 그 수준의 연구는 과학자들의 마음이 좀 편안해야 발상을 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편안한 과학기술을 추진하지 못했죠. 지금부터는 우리가 이제 세계 10대 들어가는 나라의 위상으로서 이제는 그 환경을 일부부터 바꾸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좀 편안한 과학도 병행해서 빠른 시일 내에 노벨상에 이르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림원에는 몇 년 전부터 우리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여로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 박진아: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배출하기 위해서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과학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봐야 될까요? ◆ 유욱준: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많은 기술적 발전, 과학적 발전이 급속히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나라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다시 최상위 과학자들이 서로 친해져야 되거든요. 그래서 우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는톱클래스의 아주 우수한 연구 결과를 내시는 분들을 그 분야의 세계 1위, 2위 하는 분들과 자주 만나게 하고 모임을 갖게 하고 소위 말하는 이너서클에 들어가게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노벨상 받는 사람들도 보면 10명 중에서 한 3명 정도는 누구나 봐도 이 사람이 받는 것이지만 나머지 7명은 그다음 순위에 있는 사람하고 바뀌어도 별 큰일 나지 않는 상태로 되는데 일본은 그런 일을 잘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거기에 근접한 사람이 있으면 세계적으로 이렇게 얼른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림원이 담당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박대일: 다른 어느 부처보다도 과학기술부는 이런 유기적이고 짜임새 있는 그런 구성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는 어떤 점을 건의하고 싶으신가요?◆ 유욱준: 5년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많고 또 많은 분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실제로 몇 가지 바뀌기도 했었죠. 저는 매번 성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일전에는 과학을 잘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부처의 외형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다시 말하면 어느 부처, 부총리급이 되었든, 지금처럼 부처가 되었든 과거처럼 과기처가 되었든 그 부처에서는 과학기술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을 돌봐주는 부처가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과학기술이 두 번째로 중요한 일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겠다’ 이런 것이 우리 과학자들의 마음입니다. ◇ 박진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과학기술 정책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관심인데요. 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방향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유욱준: 우리나라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급속한 결과를 항상 요구해 왔어요. 그래서 과학기술 모든 프로그램이 정부로부터 관리 감독이 한 가지 룰에 의해서 주도되어 왔어요. 다시 말하면 “빨리 이게 세계에서 몇 번째로 하는 일이냐. 수입 대체 효과가 얼마냐.” 이런 걸 물어왔었죠.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 위상이 달라졌으니까 저는 이걸 분명하게 네 가지로 갈라서 첫 번째는 지금까지 하던 것 계속해야죠. 계속 더 발전시키는 지원도 많이 해줘야 하고요. 둘째는 노벨상에 이를 수 있는,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편안한 과학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의한 그러한 성격의 연구. 세 번째는 누구나 봐도 공인될 수 있는, 이미 성공되었고 선두 주자라고 인정되는 과학자들을 더욱 밀어줘서 진짜 세계 1위가 되게 하는 이러한 집중 프로그램하고 또 많은 과학자 모두에게 그분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널리 퍼트리는 이러한 과제의 성격이죠. 네 가지 성격을 엄격히 구분해서 기획에서부터 달리하고 평가도 달리하는, 그렇게 해야 하는데 여태까지 그러지 못했어요.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항상 같이, 빨리 결과를 요구하는 잣대로 평가를 해서 어떤 분은 작년에 A 받던 사람이 갑자기 올해 B, C로 밀린다든가. 잘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철학이 완전히 달라야 된다는 것이죠. 이거를 분명히 다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이렇게 주장하고 있고 지금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 박대일: 과학기술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림원 측의 역할이 상당히 많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에 덧붙여서 구체적으로 어떤 게 더 추진되어야 할까요?◆ 유욱준: 선진국의 예를 들면 미국의 Academy of Sciences(미국과학한림원), National Academy of Sciences(미국과학한림원)죠. 그리고 영국왕립학회,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 등 이런 데를 보면 한림원의 의견이 그대로 국회에 전달되고요. 과학 정책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한림원이 그만한 위상을 못 가지고 있는데 빨리 발전해야죠. 그리고 우리 한림원은 은퇴에 가까운 분들, 석학으로 인정되는 분들의 모임이고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국가를 위하는 생각밖에 없고 특별한 정책이 진행되더라도 우리가 수혜자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정부에서 우리 한림원의 의견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의견을 제시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박진아: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백신, 치료제 등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그만큼 국가 경쟁력으로도 과학기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우리나라는 경제 대국이기는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좀 갈 길이 멀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유욱준: 코로나19 사태가 지금 2년이 지나서 3년째에 접어들고 있죠. 그런데 참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한편 이 기회에 과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 세계 사람이 알게 된 것은 참 기쁜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과 6개월 만에 백신을 개발해서 전 세계 인구한테 뿌린다, 이건 대단한 혁명적인 사건이었거든요. 그것이 그동안에 많은 의학계 또 생명과학계의 학자들이 이루어 놓은 정말 굉장한 연구 업적들이 축적되어 있지 않았으면 이룰 수 없는 일입니다. 이 기회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으로 인식도 되었지만, 그 덕분에 잃을 목숨 산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전 국민에게 과학기술이 얼마나 중요하고 정말로 우리 생활에 밀접한 거를 알리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1번이 그것입니다.◇ 박대일: 올해 중점 사업은 어떤 것들을 구상하셨습니까? ◆ 유욱준: 한림원에서는 노벨상 타신 분들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같은 나라를 도와주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을 이제 3분, 5분 이렇게 모시고 우리나라 과학 전반에 대한 토론이죠. 토론을 중·고등학교 학생에서부터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알리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데 그걸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라고 하고요.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이렇게 또 개최될 건데 그분들은 우리나라의 과학 교육에서부터 노벨상을 타는 연구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걸 받게 됐는지, 이런 것을 설명해 줍니다. 그래서 이렇게 국민들에게 과학적인 새로운 경험을 하시도록 이러한 일에 저희가 열심히 힘을 쏟을 것이고 만약 우리나라에 우수한 업적을 내는 사람들이 매년 나오는데 저희가 얼른 그분을 픽업해서 그 분야의 세계 최고의 학자와 만나게 해 주고 토론하게 해서 만약 노벨상 근처 정도 되는 업적을 냈을 경우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저희가 도와주는 일에 힘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 박진아: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유욱준: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으로 정말 기적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는데 그것의 가장 큰 공로자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과학기술자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정치가나 경제인의 공으로만 알고 있죠. 그래서 전 국민에게 사실은 그 뒤에 있는 엄청나게 많은 과학기술자의 노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제일 첫 번째 사명이라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후배들에게 세계 최초의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그래서 양자 컴퓨터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양자 컴퓨터라는 용어 자체를 우리나라가 최초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두 번째 목적이고요. 세 번째는 그동안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금 한림원 멤버가 되신 분들, 이런 분들은 참 남다른 노력이 있었던 분들이에요. 그분들의 업적을 한 분 한 분 모시고 그분들의 노고를 찬양해 드리고, 그분들의 노고를 찬양함으로써 후배들이 본받게 하는 이러한 세 가지 일을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박대일: 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주요 척도입니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 박진아: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유욱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