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전 반대' 노조 삭발투쟁에 무기한 농성 돌입두 차례 면담서 타협점 못찾아…사태 장기화 양측 모두 부담



강석훈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이날 강 회장은 노조원들의 저지로 출근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2022.6.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강석훈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은 노동조합의 반발로 취임 일주일째 본점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첫 출근 시도 때인 지난 8일 산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노조 반발에 부딪혀 발길을 돌린 이후 전날(14일)까지 일주일째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앞서 강 회장은 8일 당시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를 향해 "이렇게 만난 모습이 안타깝지만 더 많은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겠다"며 소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은 같은 날 5분, 주말이었던 12일 10분 가량 비공식적으로 노조 천막을 찾아 노조 측과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양측은 두 차례 만남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협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하도록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강 회장의 답을 듣기 전까지는 출근 저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 이전이 산은 전 직원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직원들의 우려를 윤 대통령에 전달해달라는 것이다. 반면 강 회장은 부산 이전이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만큼 본인 스스로 이를 철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자 노조는 지난 13일 본점에서 '산업은행 지방이전 반대 대정부 투쟁 선포식'을 열고 반발 수위를 높였다. 이날 조윤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은지부 위원장과 간부들은 삭발식을 진행하고 정부와 강 회장이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선포식에는 노조를 비롯해 산업은행 직원들도 참여해 현장에서 노조의 투쟁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으로 첫 출근하던 중 노조원들의 항의에 가로막혀 있다. 이날 강 회장은 노조원들의 저지로 출근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2022.6.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산은 안팎에선 노조가 보다 강경한 투쟁을 예고한 만큼 강 회장의 고심도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강 회장은 인근에 마련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강 회장이 첫날 이후 줄곧 본점으로 출근하지 않는 것이 노조와의 갈등 그림을 키우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비공식적으로 노조 측과 면담을 실시한 것 역시 이 같은 배경에 힘을 싣고 있다.강 회장은 전날 뉴스1에 "지금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하며 개별 취재에 응하지 못하는 점에 양해를 구했다. 현 사태에 대한 고심 흔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실제 노사 갈등 사태가 장기화되는 그림은 강 회장과 노조 양측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노조의 경우 정상적인 절차로 임명된 신임 회장의 업무를 무조건적으로 막을 수도 없는 노릇으로 업무방해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한 달간 회장 공석 상태에서 쌍용차 매각,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등 기업 구조조정 당면 과제가 밀려 있는 만큼 사태가 길어지면 이에 대한 여파도 노조가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강 회장 입장에선 임직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임기 초반 노조 반발을 무릅쓰고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럽다.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강 회장이나 노조 모두 사태가 장기화되는 그림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3년을 이끌어야 하는 강 회장으로선 노조와 줄다리기 속에서 균형을 잡고 절충안을 내놓는 게 최대과제인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