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선수에게 영감 받아 더콰이엇·수퍼비 랩으로 불러



김봉현 저널리스트(왼쪽부터), 황희찬, 더콰이엇이 5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울버햄프턴 경기장에서 황희찬 선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슬립 프로덕션 제공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는 날, 대표팀 라커룸 한가운데엔 스피커가 놓인다. 이 스피커엔 힙합 노래가 나온다. 힙합을 들으면서 어떤 선수는 긴장감을 높이고, 어떤 선수는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또 다른 선수는 머리를 숙인 채 노래를 들으며 마인드콘트롤을 한다. 이를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김광준 축구 대표팀 주치의(연세대 의대 교수)였다. 김광준 주치의는 이(E)스포츠 비즈니스 회사인 후에고의 박수용 디렉터와 이런 모습을 얘기하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이 외국 힙합 노래를 듣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을 위한 힙합 음악을 만들면 어떨까’였다. 이 아이디어는 마치 드리블처럼 ‘선수 개개인 별로 힙합 한 곡씩 만들어 주면 선수와 팬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힙합 전문가들이 필요했다. 박수용 디렉터가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에 연락했고, 김봉현 저널리스트는 래퍼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더콰이엇과 힙합 프로덕션 노슬립의 안승배 에디터와 황지우 피디(PD)에게 제안했다. 이렇게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축구와 힙합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어벤져스’처럼 뭉치게 된다.



더콰이엇, 김봉현 저널리스트, 김광준 주치의가 23일 밤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축구국가대표팀 응원가 프로젝트 회의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김광준 주치의 얘기다. “‘힙합 노래를 듣는 대표선수들이 선수 본인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들으면 경기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선수가 동기부여가 되어 경기를 잘하면 팀에도, 그리고 결국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소극적인 애국심이지요.(웃음)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김봉현 저널리스트는 이렇게 얘기했다. “한일 월드컵 20주년, 다가오는 카타르월드컵(2022년 11월21일~12월18일)을 맞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뭉친 거였죠.”더콰이엇은 이렇게 말했다. “이전엔 생각하지도 못한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어요. 뮤지션으로서 안 해 봤던 영역에 도전해 보고 싶었죠.” 이들은 처음엔 국가대표 선수 개인마다 힙합곡 하나씩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힙합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선수의 생각과 현장의 열정을 담아야 했다. 그래서 요즘 축구에서 가장 ‘핫’한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동하는 황희찬(울버햄프턴) 선수에게 어시스트(도움)를 요청했다. 황희찬은 흔쾌히 응했다.



더콰이엇, 박수용 디렉터, 안승배 큐레이터, 김광준 주치의, 김봉현 저널리스트가 23일 밤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축구국가대표팀 응원가 프로젝트 회의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5월 김광준 주치의, 김봉현 저널리스트, 더콰이엇은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황희찬과 인터뷰를 하고, 그가 직접 뛰는 경기 현장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날짜 조율이 쉽지는 않았다. 시합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음악 작업을 할 땐 구체화가 필요하죠. 현장의 감정선을 보여주기 위해서죠. 황희찬 선수와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그런 걸 느낄 수 있었죠. 노래 가사와 리듬에 그런 감정을 녹일 수 있게 됐죠.”(더콰이엇) 이들은 인터뷰와 현장 방문을 통해 프로젝트 전략을 조금 수정했다. 선수들의 경기에 방해가 안 되는 동시에, 선수별 응원가를 만들기엔 물리적으로 시간 맞추기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머리를 맞댔고, 논의를 통해 나온 건 힙합으로 만든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가였다. 이렇게 황희찬 선수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힙합 응원가가 탄생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가 ‘빅토리’(Victory) 앨범 사진. 노슬립 프로덕션 제공바로 ‘빅토리’(Victory)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모습이 연상되며 전의를 끌어올리는 비트 위에 더콰이엇과 수퍼비가 각자의 랩을 얹었고, 스키니브라운은 중독성이 있는 훅을 책임졌다. 노래 막판에는 황희찬 목소리가 ‘깜짝’ 등장한다. 이 목소리는 더콰이엇과 김봉현 저널리스트가 황희찬의 모든 언론 인터뷰를 듣고 직접 고른 것이다. 가사와 앨범 커버는 축구 팬이라면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황희찬 선수를 연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죠. 새로운 시도라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구체적인 것을 가사로 담았어요. 예를 들면 후렴 가사에 ‘난 잘 파고들어, 라이트 사이트’라는 게 나와요. 이건 희찬 선수의 오른쪽 측면 돌파를 가사로 푼 거였죠. 군데군데 그런 디테일이 있어요.”(더콰이엇) “힙합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 듣는 이에게 에너지와 동기를 부여하는 음악이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과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가 축구 국가대표팀의 활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김봉현 저널리스트) ‘빅토리’는 28일 발매된다. 음원 수익금 전액은 기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