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를 돌파했다. 연합뉴스원·달러 환율이 지난 15일 1320원대를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4.0원 오른 달러당 1326.1원에 거래를 마쳤다.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지난 6월 9.1%에 이른 미국 소비자물가 충격 영향으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 Fed)가 오는 26~2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1%포인트(p)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 상승세(원화가치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1370원대로까지로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입물가도 올라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달러화는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물가상승과 공급망 악화, 연준의 강력한 긴축 의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불거진 유럽 경제 침체 우려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강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더해 한·미간 금리 역전 우려에 따른 대외 심리 불안도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6월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는 18개월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달러인덱스는 지난 15일 108.06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8선에 오른 것은 지난 2002년 10월 이후 거의 20년 만이다.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파운드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달러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다.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과거 저점 또는 그 이하로 하락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50∼1370원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1유로 = 1달러에 이른 유로화 약세 압력이 당분간 더 지속되고 그에 따라 달러인덱스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열려있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 반전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 기대 인플레이션의 빠른 하락세, 국제유가 하락세로 반전, 중국 경기회복 등이 나타날 경우 원화 가치의 추가 약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일각에선 물가상승률이 고점에 도달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요국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는 만큼 물가가 안정되는 양상을 보이면 긴축 정도가 완화되고, 달러 강세도 주춤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국이 전망하는 물가 고점 예상 시점과 실제 물가 상승률 추이에 따라 환율도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환율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 빅 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인상)에 나선 주요 배경 중 하나도 '환율 방어'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한은이 만약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고도 환율을 안정시킬 자신이 있다면 '빅 스텝'을 굳이 않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0.25%포인트 인상만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겹치면서 우리 실물경제에 '비상등'이 켜지는 모습이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물가로 인해 민간 소비마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5월(102.6)보다 6.2포인트 떨어져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갔다. 기준선 100을 밑돈다는 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한편 강달러로 인해 일부 신흥국의 경우 도미노 국가부도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스리랑카에 이어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가장 취약한 5개국으로 엘살바도르,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기스탄을 꼽았다.게오르기에바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신흥시장 국가의 30%, 저소득국의 60%가 채무 곤경에 빠졌거나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역환율 전쟁' 발발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역환율 전쟁은 경기부양보다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춰 자국 통화 약세를 제한하려는 경쟁이다.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한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환율 전쟁과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