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697751?sid=104
나랏빚에 허덕이는 파키스탄이 올해 대홍수 피해까지 겪으면서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홍수로 경제 기반 시설이 대부분 파괴돼 스스로 재건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홍수 피해 55조, GDP의 11%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지난 7~8월 몬순 우기에 발생한 대홍수와 관련한 피해액은 최대 400억 달러(약 55조7,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파키스탄 국내총생산(GDP)의 11% 규모로, 지난달 추정치보다 4배 늘었다.
파키스탄은 해마다 크고 작은 홍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올해는 평년 대비 190% 많은 비가 내리고 빙하 녹은 물까지 더해지면서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재앙을 맞았다. 사망자는 1,500명에 달하고, 인구 15%인 3,300만 명이 수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파키스탄을 방문한 구테흐스 안토니우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에서 수많은 재난을 봤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기후 참사는 본 적이 없다”고 탄식했다.
농업 피해 극심… 국가 경제도 휘청
재건 추산 비용도 막대하다. 손상된 도로 1만2,875㎞와 교각 390개를 복구하는 데 90억 달러(약 12조5,460억 원), 주택 170만 채를 수리·신축하는 데 40억 달러(약 5조5,760억 원)가 들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철도, 학교, 병원 등 필수 시설 복구, 유실된 제방·수로 건설에도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가 스스로 재건에 나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데다 파키스탄 경제 4분의 1을 떠받치는 농업 부문이 홍수로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이다. 특히 면화 생산지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파키스탄 핵심 수출품 중 하나인 섬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외화벌이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 전체 면화 생산량 30%를 차지하는 남부 신드주에서 작물 80%가 파괴됐다. 압둘 라힘 나시르 파키스탄섬유공장협회 회장은 “면화 생산량 감소는 섬유산업 위기와 외화 감소로 이어지며 국가경제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 부인하지만...디폴트 위험 증가
이미 파키스탄 경제는 인프라 투자로 인한 대외 부채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대외 부채는 1,300억 달러(약 181조2,200억 원)에 달하지만, 외환보유고는 계속 줄어들어 86억 달러(약 11조9,884억 원)에 불과하다. 한 달 치 수입 대금을 겨우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번 회계연도(매년 7월 시작)에 상환해야 할 부채는 200억 달러(약 27조8,800억 원)로 알려졌다.
재정 파탄 위기에 몰린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달 IMF로부터 11억7,000만 달러(약 1조6,310억 원) 규모 구제금융을 승인받는 등 외화 꿔오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세계은행(WB)에서도 40억 달러(약 5조5,760억 원)를 빌려오기로 했다. 미프타 이스마일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안정화까지는 여전히 멀지만 채무불이행으로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부도 사태 가능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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