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어려워 피했던 역할…이젠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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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찬빈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3-30 20:00 조회167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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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아틸라' 주역 전승현콩쿠르 때 아리아 잘 불러'아틸라 전'으로 불렸지만최고난도 노래여서 부담이번 국내 초연서 첫 완창25년만에 악보 펼치게돼베이스 전승현이 오페라 `아틸라`가 초연되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얼마나 잘 불렀으면 오페라 이름을 예명(藝名)으로 했을까. 베이스 전승현 서울대 교수(49)의 또 다른 이름은 '아틸라 전'이다.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아틸라' 1막 아리아 '내 영혼이 벅차오르는구나'는 1990년대 중반 그가 국내 콩쿠르를 석권할 때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1998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과 계약하며 유럽 활동을 시작하면서 오페라 이름을 자신의 예명으로 붙였다. 이탈리아 훈족의 왕으로 5세기 유럽을 장악했던 아틸라처럼 오페라에서 카리스마를 펼치고 싶었던 포부가 담겼을까.다음달 7일과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오페라단의 '아틸라' 국내 초연에서 전 교수는 자신의 예명이 된 인물 아틸라로 분해 무대에 선다. 공연 연습을 마치고 나오는 그의 어깨 위 투박한 검정색 책가방 겉면에도 태극기와 함께 영문 대문자로 'ATTILA JUN'이라는 이름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1997년 벨베데레 콩쿠르가 끝나고부터 '아틸라' 악보는 편 적이 없어요. 너무 어려워서요."의외였다. 이름으로 붙일 정도의 곡이라면 그간 더 자주 불렀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던진 질문에 전 교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부정했다. 그는 '마탄의 사수'의 카스파,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아틸라를 3대 난역(難役)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어려운 곡을 연습으로 극복하거나 아예 피하는 방법이 있는데 아틸라는 제가 피한 3개 역할 중 하나였어요. 흥얼거리지도 않았다니까요. 모든 역할이 어려워서 외국에서도 공연을 많이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안을 받은 적도 없었죠. 그동안 잊고 있었어요."25년 만에 아틸라를 맡기로 결심했지만 예상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가 펼쳐 보인 악보 여백은 표현에 대한 고민과 공부의 흔적으로 가득했다."오페라하우스에서 '아틸라 전'으로 살고 나오면 '인간 전승현'으로 돌아갔죠. 무대와 연습에서는 열정을 불태워요. 집에서는 가요를 듣거나 다른 악보를 펴죠. 공연 당일에는 말도 안 해요. 집중력을 잃거든요. 아무나 대기실에 막 들어오는 게 싫어서 공연 전에는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있어요."그의 열정은 자신을 언행 불일치로 만든다. 2014년 서울대 음대 교수로 귀국한 것은 오랜 해외 생활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16년 동안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카머젱어(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유일한 성악가였다. 67세까지 무대에 설 수 있는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 종신계약도 귀국과 함께 종료됐다. 쉬겠다는 마음으로 고국에 돌아왔지만 매번 마주하는 무대는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게 만들었다."아름다운 시간들이었지만 어려서부터 너무 찌들었던 거 같아요. 뭣도 모르고 줄기차게 무대에 섰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한국에 와선 놀고 먹으면서 노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그게 또 안 돼요. 더 공부하게 돼요. 이제 제자들도 보고 있으니까 더 자극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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